세네 달 동안 같이 살던 놈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하루를 또 같이 보내게 됐다. 청소할 때마다 나타나던 털이 이제야 다 사라졌는데, 단 하루 만에 도로아마타불이 된 것만 제외하면 반갑고 행복했다.
오랜만에 방문했음에도 나보다 앞서나가며 집을 척척 찾아 들어왔다. 발 닦자마자 제 자리인양 침대로 올라가는 모습이 조금 얄밉기도 했지만, 표정이 마냥 귀여워서 혼낼 수가 없다.
신나개 산책하고 땅바닥에 널브러졌다. 날이 더워서 그런지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었음에도 시원한 바닥에 배를 까고 뒤척이더니 이내 잠들었다. 20킬로 가까이 되는 대형견인데 사진으로는 어쩜 이리 아담하게 나오는지 사진빨(?) 참 잘 받는다.
밥은 물론이고 간식까지 챙겨드렸음에도 하이에나처럼 식탁을 어슬렁거리는 히리. 물론 저 눈빛에 굴복해서 간식을 한번 더 드린 건 절대 내 잘못이 아니다.
물론 간식을 위해서 어느정도 애교는 부려야 하기에 열심히 손과 하이바이브를 외쳐댔다. 열 살이 넘어서 그런지 아주 사람처럼 능글능글한 갬시키다.
간식도 먹었겠다 눈을 꿈벅이더니 이내 잠이 든 갬시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꼭 내가 눕기 불편한 위치를 참 절묘하게도 찾아댄다. 그래도 고로롱 대면서 위아래로 움직이는 분홍빛 뱃살을 보면서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기에 봐줬다.
저녁 산책을 하다가 무진장 더워서 애견동반이 가능한 식당에 입장했다. 옆자리에도 강아지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친구가 짖을 때마다 일어나기에 꼭 안아주었는데, 마치 한여름에 패딩을 입고 있는 것처럼 뜨끈한 순간이었다.
갬시키 주인장을 기다리면서 아쉬운 마음에 마지막 사진을 남겼다. 진짜 사진빨(?) 인지 뭔지 어쩜 이리 작고 아담하게 나오는 거지? 이 정도면 셀기견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지만, 그래도 귀엽다. 무척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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