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판타지나 무협을 고를 때 내용을 떠나 꼭 확인하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1. 가속성이 좋아야 한다.
가독성이 좋으려면 문맥이 매끄러워야 하고, 작가가 설정한 화자의 시점이 일치해야 한다. 하지만 인기순위에 올라와 있는 작품들도 1인칭과 3인칭 시점이 왔다 갔다 하고, 인물의 행동 묘사 방식이 일치하지 않으면 아무리 재미있게 읽는 작품이라도 묘사의 방식이 대본식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순간 흥미가 사라져 버린다.
가령 예를 들어 '주인공이 적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흠칫 놀란 적은 훌쩍 뒤로 물러서서 타이르듯 말을 이어갔다.'라는 문장이 아니라, '주인공이 적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흠칫 놀란 적은 훌쩍 뒤로 물러서면서 타이르듯 말을 했다.'와 같이 장면을 묘사하는 표현이 아닌 작 중 인물의 행동을 지시하는 느낌을 주는 묘사가 바로 그것이다.
2. 설정과 전개
작품 속 세계관과 인물의 설정이 완료된 후 연재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얕은 설정을 바탕으로 연재를 시작했다가 대박이 난 경우 내용은 늘어지게 되고, 설정의 붕괴로 흥미가 반감되어버린다. 반대로 튼튼한 설정을 바탕으로 예상치 못한 내용이 전개되는 경우(비록 사소한 내용일지라도), 뒷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지고 작품의 완성도가 높다고 느껴 완결까지 정주행 하는 경우가 많다.
3. 스토리 전개 속도
고전 판타지 스타일처럼 사건의 배경을 설명하느라 전개 속도가 늦어지는 것은 요즘 트렌드가 아니다. 고구마와 사이다로 대변되는 전개 방식처럼 속도감 있는 전개를 원하는 독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사건 하나하나를 신속하게 전개하더라도 이야기의 중심 스토리의 전개가 지저분한 작품은 도중에 하차하고 만다. 각종 말장난과 주변 인물 간의 사건이 반복되다 보면 글의 길이만 늘어나 피로감만 더해질 뿐 처음 작품에서 느꼈던 재미는 잃어버리기 일쑤이다. 인기 있는 작품을 보면 20~30권을 훌쩍 넘어가는데, 과연 그 내용이 꼭 필요했던 내용인지는 잘 모르겠다.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는 위 3개의 조건을 대부분 충족한다. 부드럽게 읽히는 묘사는 문장과 문장을 매끄럽게 이어주고, 시를 읽는듯한 섬세한 묘사는 독자가 사건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감정 이입할 수 있게 도와준다. 다만 사람에 따라서 감성적으로 접근하는 디테일한 묘사가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은 분명하다. 만약 이러한 기법이 취향에 맞는다면 이 작품을 밤을 지새워 읽게 될 것이다.
각종 먼치킨, 게임, 환생, 전생 등의 키워드가 유행하는 요즘 트렌드 속에서 흔치 않은 정통 판타지 스타일인데, 이 말인 즉 그렇게 강하지 않은 주인공이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 사건이 진행되는 성장물이란 뜻이다. 다만 내용적으로 고리타분한 성장 판타지물을 탈피하기 위해 곳곳에 신선함이 가미되었고, 작가가 고심하여 설정한 세계관 또한 만족스러움을 선사했다. 각각의 이름을 통해 등장인물들의 설정을 유추해 보는 것도 글을 읽는 동안 느낄 수 있는 유희 중 하나였다. 읽으면서 가슴 뭉클한 부분도 많았는데, 특히 주인공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잘 조합되어 더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같다.
요즘 인기 있는 트렌드라고 말은 못 하겠다. 다만 가볍지 않은 내용을 즐기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더불어 왕좌의 게임처럼 드라마로 제작된다면 상당히 괜찮은 시나리오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네이버 시리즈와 문피아에서 읽어볼 수 있으니, 무료로 읽어보고 취향이 맞다면 정주해보도록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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