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P2P 투자가 핀테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지면서 시작했던 렌딧의 수익률은 처참했다. 신용대출로 진행이 됐기 때문에 채무자가 개인회생을 신청해 버리면 내가 투자한 돈이 다 증발해 버렸기 때문이다.
이 경험을 반면교사삼아 이번에는 부동산 관련 P2P에 투자를 진행했다. 당시 업계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잇던 루프펀딩이었는데, 단순히 부동산 투자라길래 담보물이 확실한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심지어 대표와 채무자가 공모해서 사기까지 쳐서 이 투자도 실패로 돌아갔다.
사기가 아니였다고 하더라도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리파이낸싱 상품이 대부분이었던지라 어차피 사라질 돈이라고 위안 삼으니 그나마 속이 덜 아프긴 했다.
아무튼 두번의 실패를 경험하고 나서 마지막으로 도전한 투자는 부동산 담보 투자다. 기존 리파이낸싱 형태가 아니라 아파트나 빌딩을 담보로 대출을 하는 구조였기 때문에, 채무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추심과 경매등을 통해원금을 어느 정도 보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그만큼 이자율은 리파이낸싱에 비해 낮다.
대략 이런식으로 유효담보비율이 있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 경매가 집행되더라도 내 원금은 안전하다는 인상을 풍기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것도 리스크가 있는 투자였다.
코로나가 끝나면서 은행이자는 폭등하고 이에 반비례해서 집값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위 사진을 보면 유효담보비율이 64%인데 간단히 말해서 담보로 잡은 부동산 대비 대출이 얼마나 실행되었느냐를 나타낸다. 자산가치가 1억 인 집에서 4,000만 원 선순위 대출과 함께 P2P 대출 2,000만 원이 있다면 유효담보비율은 60%가 되는 거다.
퍽이나 안정적으로 보이지 않나? 문제는 앞서 말했듯이 집값이 폭락했다는 거다. P2P 투자 사이트 입장에서는 자기들 돈이 아닌 만큼 당연히 감정가격을 최대치에 가깝게 산출하기 마련이다. 앞서 말한 집이 1억의 가치가 있다고 해도 현재 거래되고 있는 가격이 얼마인지는 직접 찾아보지 않고서는 모를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1억 감정가의 집은 높은 이자율을 감당하지 못하고 30% 폭락하여 7,000만 원이 됐다. 그럼 아직 10%의 여유자금이 남아있는 것으로 느껴지지만,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데 누가 사겠는가? 당연히 경매로 넘어가게 되고 7,000만 원의 80%인 5,600만 원에 낙찰된다. 선순위 대출금이 4,000만 원이니까 2,000만 원에서 400만 원이 모자란 1,600만 원만 투자자들에게 돌아오는데, 경매 및 기타 추심비용으로 100~200만 원이 빠지니까 총 500~600만 원의 손실이 발생한다.
대충 500만 원이라 하고 1/4의 금액이 손실이 났으니 100만 원 투자했으면 75만 원만 받는 셈이다. 더 중요한 건 경매나 채권추심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으면 한 달에서 길면 1년 이상 걸린다는 사실이다. 경험상 평균적으로 다섯 달 정도 생각하면 되는데 그동안 원래 받기로 했던 이자 & 지연이자는 한 푼도 주지 않는 만큼 은행이자 3.5%로 계산해서 대략 15,000원 정도의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10% 남짓한 이자를 받자고 별생각 없이 투자했다가 마주하는 리스크가 상당하다.
이외에도 투자를 한다고 해도 대출금이 모두 모일 때까지 시간이 걸리고 대출이 집행되는데도 시간이 소요되므로 여기서 대략 한 달가량의 이자소득 대비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뭐 100만 원 기준 3,000원 정도의 푼돈이지만, 손해는 손해다.
이렇게 글을 쓰고 보니 매우 부정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있지만, 본인은 최근 다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나름의 기준을 세워(유효담보비율, 임차여부, 우선순위 등) 상품을 선택하고, 무조건 여러 상품에 분산 투자를 하는 편이다.
금리가 곧 인하될 거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다면 P2P 대출상품의 금리도 자연스레 낮아질 텐데, 앞서 말한 리스크를 고려해서 소액분산투자한다면 그래도 예금이자나 배당소득보단 높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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